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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폐쇄된 고성(古城) 내부 탐험법

by 탐험가 대장 2025. 6. 29.

녹슨 자물쇠로 굳게 닫힌 성문, 이끼 낀 성벽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첨탑.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폐쇄된 고성’은 여행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궁극의 미스터리 공간입니다. 저 문 너머에는 어떤 비밀의 방이 숨겨져 있을까? 어떤 역사의 흔적들이 먼지 속에 잠들어 있을까?

이러한 호기심이 무단 침입이나 위험한 ‘폐허 탐험(Urbex)’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탐험은 금지된 선을 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마음으로 숨겨진 길을 찾아내는 데 있습니다. 오늘은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때로는 더욱 특별한 방법으로 굳게 닫힌 고성의 문을 열고 그 내부를 탐험하는 4가지 방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1년 중 단 며칠, ‘특별 개방일’을 노려라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던 문화유산들이 마법처럼 문을 여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각국에서 진행하는 ‘특별 개방일’ 또는 ‘문화유산의 날’입니다. 이 기간에는 개인 소유이거나 복원 작업 등의 이유로 비공개 상태였던 수많은 고성과 역사적 건축물들이 일반 대중에게 그 내부를 공개합니다.

탐험 방법: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매년 9월에 열리는 ‘유러피안 헤리티지 데이(European Heritage Days)’ 기간을 주목하세요. 프랑스의 ‘주르네 뒤 파트리무안(Journées du Patrimoine)’, 영국의 ‘헤리티지 오픈 데이즈(Heritage Open Days)’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행할 국가의 문화유산 관리 기관(예: English Heritage, National Trust)이나 관광청 웹사이트에서 관련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일정을 맞춘다면, 평생 한 번뿐일지 모르는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와 함께, ‘비하인드 씬 투어’ 신청하기

일부 고성들은 일반 관람객은 받지 않지만,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한정된 특별 투어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주로 복원 전문가, 역사학자, 관리인이 직접 인솔하는 이 ‘비하인드 씬(Behind-the-Scenes)’ 투어는 성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탐험 방법: 복원이나 연구가 진행 중인 성의 공식 웹사이트를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들은 연구 기금 마련이나 대중의 관심 환기를 위해 종종 특별 투어를 기획합니다. 예를 들어, 대대적인 복원 공사를 진행했던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공사 과정을 보여주는 특별 투어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관심 있는 성이 있다면 공식 홈페이지나 이메일을 통해 ‘Special Tour’나 ‘Private Tour’ 가능 여부를 직접 문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디지털 탐험’

물리적으로 문이 닫혀 있더라도, 우리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여 성 내부를 탐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 많은 박물관과 문화유산 기관들은 자신들이 소장한 유산들을 고해상도 이미지와 3D 스캔, 가상현실(VR) 투어로 제작하여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탐험 방법: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 Culture) 플랫폼은 전 세계 수많은 성과 궁전의 내부를 ‘스트리트 뷰’처럼 생생하게 탐험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입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부터 체코의 숨겨진 고성 내부까지, 손가락 하나로 둘러볼 수 있죠. 또한, 관심 있는 성의 이름 뒤에 ‘Virtual Tour’ 또는 ‘3D Tour’를 붙여 검색하면, 해당 성에서 직접 제공하는 실감 나는 가상 투어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깊이 있는 방법, 숙박 및 자원봉사 프로그램

닫힌 성을 탐험하는 가장 확실하고 깊이 있는 방법은 바로 그 성의 ‘손님’이나 ‘관리인’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일부 단체들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은 성이나 요새를 복원하여 특별한 숙소로 운영하거나, 보존 활동에 참여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합니다.

탐험 방법: 영국의 ‘랜드마크 트러스트(The Landmark Trust)’는 작은 요새, 타워, 성의 일부를 복원해 이색적인 휴가용 숙소로 대여해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당신은 온전히 그 공간의 주인이 되어 구석구석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국의 국립공원이나 문화유산 단체에서 진행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일반인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의 유지 보수 작업에 참여하며 그 역사를 몸소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굳게 닫힌 성문은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경고가 아니라, ‘특별한 방법으로 나를 만나러 오시오’라는 초대장일지 모릅니다. 존중하는 마음과 약간의 노력을 더한다면, 당신의 다음 여행은 잠들어 있던 역사를 깨우는 신비로운 탐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