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과 모래 언덕. 이 단어를 들으면 보통 지평선까지 펼쳐진 황금빛 물결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아주 특별하고 희귀한 모래 언덕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눈처럼 새하얀 모래, 붉은 행성을 닮은 모래, 바다와 호수를 품은 모래까지.
오늘은 평범한 사막 트레킹을 넘어, 지구의 지질학적 신비와 태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세계 각 대륙의 희귀 모래 언덕으로 떠나는 트레킹 가이드를 소개합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세요.
[북미] 미국의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 눈이 내린 듯한 순백의 사막
미국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White Sands National Park)은 세상에서 가장 큰 석고(Gypsum) 모래 언덕 지대입니다. 일반적인 모래(석영)와 달리, 하얀 석고 결정으로 이루어진 이곳의 모래는 햇빛을 반사해 뜨겁지 않으며, 만져보면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트레킹 포인트: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언덕은 마치 거대한 눈밭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는 하얀 모래 언덕이 분홍빛에서 황금빛, 보랏빛으로 물드는 황홀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물결무늬(연흔)를 따라 맨발로 걷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난이도가 낮은 하이킹 코스가 잘 마련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신비로운 백색 사막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남미] 브라질 렌소이스 마라넨세스: 우기에만 나타나는 사막의 오아시스
브라질 북동부에 자리한 렌소이스 마라넨세스 국립공원(Lençóis Maranhenses National Park)은 포르투갈어로 ‘마라냥의 침대 시트’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그 이름처럼 새하얀 모래 언덕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지만,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모래 언덕 사이에 수천 개의 에메랄드빛 석호(라군)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트레킹 포인트: 1년 중 절반은 건조한 사막이지만, 1월부터 6월까지 이어지는 우기 동안 내린 비가 모래 언덕 사이의 계곡에 고여 푸른빛의 호수를 만들어냅니다. 트레킹은 보통 4륜 구동 차량을 타고 공원 깊숙이 들어간 뒤 시작됩니다. 하얀 모래 언덕을 넘을 때마다 눈앞에 나타나는 청록색의 투명한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경험은 이곳이 왜 ‘지구의 천국’이라 불리는지 실감하게 합니다. 트레킹의 최적기는 호수에 물이 가장 풍부한 6월부터 9월까지입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 지구에서 가장 붉고 높은 모래 언덕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으로 알려진 나미브 사막. 그 심장부에 위치한 소수스블레이(Sossusvlei) 지역은 철분을 다량 함유한 모래가 오랜 시간 산화되어 형성된, 불타는 듯한 붉은색의 모래 언덕으로 유명합니다.
트레킹 포인트: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듄 45(Dune 45)’와 ‘빅 대디(Big Daddy)’라 불리는 거대한 모래 언덕을 오르는 것입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모래 언덕 중 하나인 빅 대디(약 325m) 정상에 서면, 붉은 모래의 파도가 끝없이 펼쳐진 비현실적인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빅 대디 너머에는 수백 년 전 말라버린 호수 바닥에 죽은 아카시아나무들이 화석처럼 서 있는 ‘데드블레이(Deadvlei)’가 자리해, 붉은 사막과 하얀 소금 평원, 검은 나무의 극적인 색채 대비를 보여줍니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을 피해 이른 아침에 트레킹을 시작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아시아] 일본 돗토리 사구: 바다와 공존하는 해안 사구
사막이 없는 일본에서 거대한 모래 언덕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혼슈 서부의 동해안에 위치한 돗토리 사구(Tottori Sand Dunes)는 센다이강이 운반한 모래와 동해의 거센 바람이 수만 년에 걸쳐 만들어낸 일본 최대의 해안 사구입니다.
트레킹 포인트: 돗토리 사구의 가장 큰 매력은 모래 언덕 너머로 푸른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우마노세(말의 등)’라 불리는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서면, 한쪽으로는 사막이, 다른 한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지는 독특한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낙타를 타고 사구를 둘러보는 이국적인 체험도 가능하며, 저녁 시간에는 바다 위로 해가 지는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막과 바다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자연이 빚어내는 독특한 조화는 돗토리 사구 트레킹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