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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 ‘기이한 지형’과 형성 원리 설명

by 탐험가 대장 2025. 7. 6.

지구는 살아있는 행성이라 불릴 만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흔적은 대륙과 해저, 사막과 빙원에 남겨진 ‘지형’ 속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죠. 특히 세계 각지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독특한 모양과 구성을 지닌 ‘기이한 지형’들이 존재합니다. 처음 보면 사람이 만든 조각품처럼 보이기도 하고, 외계 생명체의 흔적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지형은 수백만 년에 걸친 자연의 작용—풍화, 침식, 화산 활동, 지각 운동, 얼음의 힘—을 통해 탄생한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 세계의 대표적인 기이한 지형들을 소개하고, 각 지형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지질학적으로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미국 애리조나 주와 유타 주 경계에 위치한 ‘더 웨이브(The Wave)’는 마치 물결이 굳어진 것처럼 보이는 붉은색 사암 지형입니다. 곡선이 이어지는 절벽과 고운 줄무늬는 실제로는 사막의 모래가 굳어져 형성된 사암이 바람과 물에 의해 침식되며 만들어진 것입니다.

약 1억 9천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 시기에 쌓인 모래 언덕이 오랜 세월에 걸쳐 압축되어 사암층을 이루었고, 이후 수백만 년 동안 불규칙한 바람과 간헐적인 폭우가 이 표면을 깎아가며 현재의 부드러운 곡선과 파형을 만든 것입니다. 이런 침식은 사암이 연약하고, 바람에 실린 모래가 지속적으로 표면을 때리는 환경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희귀합니다. 웨이브는 하루 20명만 출입이 허용될 만큼 보호되고 있는 자연 유산입니다.

 

중국 장예

중국 간쑤성 장예시에 위치한 단샤 지형은 알록달록한 색의 지층이 층층이 쌓여 있는 형태로, 마치 지구의 단면을 예술적으로 드러낸 듯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회색 등 다양한 색의 줄무늬가 산 전체에 퍼져 있어 ‘무지개 산’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이 지형은 약 2억 4천만 년 전부터 붉은 사암과 각종 광물질이 퇴적되며 형성된 것입니다. 이후 지각 운동으로 인해 지층이 융기되었고, 오랜 시간 동안 바람과 비에 의해 침식되면서 현재처럼 울퉁불퉁한 산세가 드러났습니다. 색상의 차이는 광물질 조성과 산화 상태에 따라 달라지며, 철분 함량이 많은 지층이 붉은색을 띠는 식입니다. 특히 건조한 지역에서 이러한 침식과 산화가 극적으로 나타납니다.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지열과 화산, 빙하가 공존하는 지질학적 복합지대입니다. 그중에서도 바트나외퀴들(Vatnajökull) 빙하 아래 형성되는 ‘얼음 동굴’은 매년 모양이 바뀌는 신비로운 자연 조각품으로 유명합니다. 얼음이 푸르게 보이는 이유는 고밀도로 압축된 얼음이 대부분의 가시광선을 흡수하고, 파란색 파장만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얼음동굴은 여름철 빙하가 일부 녹으면서 생긴 빙하수가 지하로 흐르고, 이 물이 다시 겨울 동안 얼면서 동굴 형태를 갖추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만들어집니다. 즉, 이는 계절에 따라 생성과 붕괴가 반복되는 동적 구조이며, 기온 변화와 지하 수로의 변화에 매우 민감합니다. 때문에 아이슬란드의 얼음 동굴은 ‘사라지는 지형’이라 불리며 매년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하롱베이는 바다 위에 수천 개의 석회암 카르스트 봉우리들이 솟아 있는 장관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오랜 시간 동안 석회암이 물에 녹고 침식되면서 만들어진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입니다.

카르스트 지형은 석회암이 비나 지하수와 반응해 서서히 용해되는 과정을 거쳐 형성됩니다. 하롱베이는 약 5억 년 전 바다에 퇴적된 석회암층이 지각 변동으로 융기된 후, 이후 수백만 년 동안 파도, 강수, 조류 등에 의해 침식되어 지금과 같은 봉우리와 동굴들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해수의 염분이 침식에 영향을 주며 특유의 날카롭고 깎인 형태가 나타납니다. 이곳은 자연의 침식 작용이 조각한 수중 조각공원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경관을 자랑합니다.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 북부에 위치한 다나킬 열곡은 지구에서 가장 혹독하고 초현실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지형 중 하나입니다. 이곳은 삼판 경계에 위치한 지질활동 지대로, 해수면보다 낮고, 온도가 섭씨 50도를 넘으며, 유황, 소금, 마그마 등이 지표 가까이에 노출돼 있습니다.

특히 이 지역의 ‘달롤 화산’은 다채로운 색상의 소금 온천과 유황 분출구, 산성 연못 등이 섞여 마치 외계 행성을 연상케 합니다. 이는 지구 내부에서 솟아오르는 열수(hydrothermal system)와 염분이 결합되며 발생하는 화학 반응으로 형성된 지형입니다. 고온의 물이 섭씨 100도 가까이 증발하면서 남긴 광물 침전물이 색을 만들고, 각기 다른 박테리아들이 이 환경에 적응해 색채를 더합니다.

다나킬 열곡은 지구에서 가장 지각이 얇은 지역 중 하나로, 판이 갈라지는 모습을 지표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아르헨티나

남미 아르헨티나 북서부에 위치한 이 지역은 다양한 색조의 암석층이 층층이 쌓인 협곡으로, ‘일곱 색깔 산(Cerro de los Siete Colores)’이라 불리는 절벽이 유명합니다. 이 협곡은 선캄브리아기부터 중생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광물질이 퇴적되고, 이후 안데스산맥의 융기 과정에서 기울어져 노출된 것입니다.

철, 구리, 망간, 황 등의 광물이 각기 다른 색조를 내며, 퇴적과 압축, 산화가 반복되면서 복잡한 색의 조합을 이룹니다. 퇴적 당시의 기후, 강수량, 식생 등도 색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지형은 지질학 교과서에서만 보던 퇴적 작용의 생생한 결과물이며, 인류학적으로도 잉카 제국과 연결된 고대 길의 일부로 문화적 가치도 높습니다.

 

기이한 지형은 지구의 일기장

이러한 지형들은 단지 관광지가 아니라, 지구의 역사와 환경 변화가 기록된 ‘자연의 일기장’입니다. 각각의 형성 원리는 지질학, 기후학, 생물학의 복합적 작용의 산물이며, 우리는 그 흔적을 통해 지구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런 기이한 지형을 직접 마주하는 경험은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절실히 느끼게 해줍니다. 다음 여행에서는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그 땅이 어떤 이야기와 시간을 품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자연의 손길로 탄생한 이 독특한 지형들은, 지구가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오래된 편지이자 살아 있는 교과서입니다.